전통등에
대하여
1) 등에 대하여
요즘에는 창밖으로 어둠이 내리기도 전에 이미 온 세상을 밝혀주는 전등 덕분에
밤낮에 구애받지 않고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1960년대만 하여도
우리나라에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곳이 많이 있었다.
그런 곳에서는 밤을 밝히는 도구로 여전히 등잔이나 초를 유용하게 사용하였다.
오늘날, 전등 없는 생활의 불편을 상상할 수 없듯이, 예전의 등잔 없는
생활의 불편도 또한 만만치 않으리라.
밥을 짓는 부엌에서, 바느질하는 안방에서, 글을 읽는 사랑에서... 어두운
밤길을 다닐 때, 대문간을 밝힐 때, 집 주변을 장식할 때, 그림자 놀이를
할 때, 혼례 행사를 할 때, 먼 곳에 신호를 올릴 때, 밤에 연회를 베풀
때... 사용하던 등의 종류와 용도도 다양하였다.
2) 등의 종류
등의 종류는 쓰임새나 재료에 따라서 모양이나 크기가 다양하였다. 한곳에
정해두고 쓰거나, 어딘가에 걸어두고 쓰거나, 들고 다닐 경우에 사용하는
등의 종류가 달랐다.
등의 연료도 예전에는 동물이나 식물에서 추출한 액체 기름이나 고체 기름을
사용하였으나, 지금은 주로 전기를 사용한다. 여전히 초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장식이나 의식용으로 쓰고 있다.
등의 재료도 금속이나 목재, 돌, 도자, 유리, 종이 등으로 다양하였다.
사용자의 형편과 취향에 따라 등의 재료나 형태가 선택되기도 하였으나,
의례적으로 사용되는 등은 전해지는 형태가 있었다.
등잔을 필요로 하는 유등(油燈)이나, 촛대에 세워 쓰는 초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흥미로운 등이 전해지고 있다.
3) 등의 쓰임새
다양한 등의 종류에서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이나 종교관을 엿볼 수 있는데,
풍요와 다산 을 기원하면서 석류등, 수박등, 마늘등을, 무병 장수를
위해서는 거북등과 학등을, 입신출세를 위해서는 잉어등을, 척사를 위해서는
호랑이나 표범등을 만들었다.
등의 이름에는 수박등, 마늘등, 연꽃등, 칠성등, 오행등, 일월등,
공등, 배등, 종등, 북등, 누각등, 난간등, 화분등, 가마등, 머루등,
병등, 항아리등, 방울등, 알등, 봉등, 학등, 잉어등, 거북등, 자라등,
수복등, 태평등, 만세등, 남산등, 등이 있는데, 모두 그 모양을 상징하고
있으며 그 모양에는 나름대로 기원하는 의미가 들어있다. 등 이름만 해도
40여종에 이르며 그 색깔과 모양이 매우 다채롭다.
4) 등 만드는 법
등을 만들 때는 대나무로 골조를 만들고 그 위에 종이를 바르거나 붉고
푸른 비단을 바르기도 하고, 운모를 끼워 비선(飛仙)과 화조(花鳥)를
그리기도 했다.
평평한 면과 모가 진 곳마다 삼색의 돌돌만 종이나 길쭉한 쪽지 종이를
붙이기도 하여 바람이 불 때는 펄럭이는 모습이 매우 멋있다. 북 모양의
등에는 장군이 말을 탄 모양이나 삼국지의 고사를 그렸으며, 또 연등
안에 갈이틀을 만들어 놓고 종이를 잘라 말 타고 사냥하는 모습이나 매,
개, 호랑이, 이리, 사슴, 노루, 꿩, 토끼 모양을 붙여 바람에 빙빙
돌게하여 밖에서 그 그림자를 보는데, 이를 영등(影燈), 회전등 또는
주마등(走馬燈)이라 한다.
위에 열거한 여러 전통등 중에 현재 새롭게 재현된 등이 수십여 종에
이르고 있으며, 전통적인 기법을 이용한 창작등도 많이 제작되어 직접
보고 만들어 볼 수도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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